프 랑 스 | F R A N C E

프랑스에 대한 고찰 2편 - 철저히 외롭게하면서도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곳

레 아 2021. 6. 21. 05:48

 

 

 

 

안녕하세요 그랑블루 아트의 레아입니다.

프랑스에 대한 고찰 시리즈, 두 번째 글로 찾아왔어요.

이번 시간에는 프랑스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해요.

 

 

 

 

1편을 안 보고 오신 분이 계신다면

 

 

프랑스에 대한 고찰 1편 - 프랑스 교사 참수, 프랑스인들의 연대의식, 누구의 나라인가?

안녕하세요 그랑블루 아트의 레아입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학교 수업을 격주로 나가고있습니다. 날씨는 춥고, 학교 수업들은 엉망진창에, 새로 인턴까지 시작하게 되어서 정신이 하늘나라에

grandbleuart.tistory.com

 

 

 

저를 포함해서 주변에 프랑스에 한 번이라도 살아봤던 사람들은, 흔히들 이곳을 애증의 나라라고 말합니다.

애증사랑과 미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니,

프랑스에서의 삶의 이중성을 잘 나타내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프랑스에 와서 살기 전, 프랑스에 여행도 한 번 와보지 않았어요.원한다고 쉽게 갈 수 있는 유럽이 아니었고, 딱히 프랑스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또 유럽에서의 삶에 대한 동경이 있지도 않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랬기에 프랑스에 여태껏 머물게 된 것도 같습니다.너무 큰 기대가 없었기에, 딱히 실망할 부분도 못 찾았거든요.

 

 

 

나와 어디든 동행하는 다이어리와 만년필. 파리, 2019

 

 

 

너무나 운이 좋게도, 저는 10대 때 친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유럽 문화를 경험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의 생활방식, 삶에 대한 태도, 대화법 등 나의 것과는 다른 그들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굉장히 흥미로웠죠.

그때 저의 마음을 뒤돌아보면, 솔직히 많이 부러워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왠지 말투, 행동 하나하나에서 나보다 더 큰 여유를 가지고 있는 듯 보였거든요.

꾸밈없이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남들에게 솔직히 얘기하는 것이 처음에는 사실 좀 충격이기도 했어요.

그 친구들한테서 남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했을 때 풍기는 어색함이 없다는 것을 느껴서 그런가,

그들과 함께할 때엔 왠지 저도 평소보다 좀 더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남들과 같은 인생을 살지 않아도 괜찮은 거구나를 저는 그 친구들의 삶을 보면서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처음 알아차렸었죠.

 

프랑스라는 나라에 와야겠다고 처음 마음먹었을 때,

사실 엄청 거창한 이유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냥 좋았어요.

일단 어릴 적 사귄 친구들의 고향은 아니었지만 같은 유럽권에 속한 나라라

왠지 간접적으로나마 연결된 느낌이 들었고,

또 그냥 저에게는 프랑스라는 나라가 새로움 그 자체였거든요.

 

물론 프랑스에서의 삶이 녹록지는 않지만,

그래서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들에 대한 감사함을 가끔은 까먹기도 하지만,

사실 저는 프랑스에서의 제 모습이 너무나도 마음에 듭니다.

 

물론 꼭 프랑스라는 나라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고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면 느끼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뒤돌아보게 하고, 미워도 했다가 또 좋아도 하게 하는 그런 신기한 것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에게 프랑스란 나라는 특별히 더 제 자신의 여러 모습을 만나게 하는,

그래서 스스로에게 실망도 하고, 또 감탄도 하게 하는 그런 이상한 곳입니다.

 

 

 

 

개인 창작 수업 과제물로 제출한 사진들 중 한 장.

 

 

 

프랑스라는 나라는 저에게...

 

'나란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하게 한 곳.
각자의 감정은 각자가 책임져야 하는 스스로의 몫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곳.
이 세상에 온전히 기댈 곳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한 곳.
뚜렷한 목표가 없는 삶을 살면 항상 흔들리고 치인다는 것을 체험하게 한 곳.
이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한 곳.
내가 누리고 있는 나의 삶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의 결실이기에
항상 그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준 곳.
오롯이 혼자 제대로 설 줄 알아야 남들과도 조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곳.
스스로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준 곳.

 

그 밖에도 여러 가지를 일깨워준 정말 소중한 곳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프랑스에 와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외로움'이라는 감정 때문에 힘들어했었어요.

제가 말하는 외로움은 그저 옆에 누가 없기 때문에 오는 감정이 아니라, 제 안에 무언가 있어야 되는 자리에

그것이 비어져있는 그래서 굉장히 당혹스러운..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한 감정이 들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지낼 때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스스로에게 계속 생각하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쥐어짜는 경험을 자주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이런 경험들은 그 당시에는 고통의 시간들이기도 했지만, 지나 놓고 보니 정말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비어져있다고 느낀 그 자리에 놓여있어야 되는 것이 저 자신이었기에

외로움을 더 이상 느끼지 않도록 알게 모르게 그 자리에 저를 놓기 위해 제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을 보내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 한 뼘씩 더 성장해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프랑스는 철저히 외롭게 하면서도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곳입니다.

 

 

 

 


가끔 하루 동안에도 여러 번 바뀌는 제 모습이 느껴질 때 왜 한결같지 못할까.. 하면서 스스로에게 큰 실망감을 느낍니다.

앞으로는 품는 생각이 달라질 때,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을 진실로 깨닫고,

제 안에 변화가 찾아왔을 때, 스스로에 대한 실망보다는

이를 발전의 기회로 삼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